북한에서 각광받는 사료용 작물 “애국풀”

최근 북한 신문에 세포등판에 애국풀 포전이 펼쳐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세포등판은 북한이 지난 2012년 말부터 강원도 세포군, 평강군, 이천군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5만여 정보)로 조성하고 있는 축산단지인 세포지구의 구릉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애국풀은 인민군 종자연구농장인 제810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이 열대,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여러 종의 벼과 식물을 섞붙임(교잡)하여 2015년 전후로 개발에 성공한 다년생 식물이다.

 

위 기사에 따르면, 세포지구 노동자들이 그간 모판에서 키운 애국풀 모를 수십 정보의 포전(채소밭)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나아가 북한은 향후 3-4년 내 재배 면적을 1만 정보 이상으로 늘리려 하고 있다.

 

애국풀은 20158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한 김정은이 직접 이름을 붙여주었을 정도로 최근 북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 문헌에 따르면 애국풀은 무엇보다 수확량과 영양가가 매우 높다. 그간 북한에서 사료용으로 재배된 오리새, 자주꽃자리풀, 토끼풀 등의 수확량이 정보 당 20~30t 정도였던 데 비해, 애국풀은 정보 당 최대 200t 정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애국풀은 말린 상태에서 조()단백질 함량이 16~20% 정도로서 최대 16% 정도인 자주꽃자리풀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7% 이상의 당분과 여러 가지 미량 원소를 함유하는 등 영양가도 높다. 이처럼 영양성분이 우수한 애국풀은 잎도 부드럽고 알갱이 형태로 가공도 쉬워 소, , 염소, 토끼뿐 아니라 가금류, 돼지 등의 먹이로도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애국풀은 병해충 내성이 좋고 생육기일도 짧아 한 해 4~6회 수확할 수 있고, 토지보호효과가 높아 하천주변산경사지()경지에서도 재배할 수 있으며, 버섯 재배 기질땔감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북한 매체들은 이처럼 우수한 특성을 가진 애국풀이 먹이작물에 대한 기존 관념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애국풀은 김정은 정권의 축산업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2015128일 김정은이 발표한 담화 세포지구 축산기지건설을 다그치며 축산업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담화에서 김정은은 당면한 핵심 과업인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농업, 수산업과 함께 축산업을 발전시켜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축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과제로 세포등판을 최고의 축산기지로 건설하는 것과 함께 축산업 발전의 “4대 고리”, 우량종자 확보’, ‘먹이 문제 해결’, ‘사양관리 개선’, ‘철저한 수의방역 대책 확립을 제시했다. 특히 김정은은 먹이 문제 해결을 축산업 발전의 결정적 담보로 꼽으면서 풀과 고기를 바꾸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여러 여건 상 알곡 대신 풀을 이용해 가축 사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 북한에서 애국풀은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당의 방침을 실현할 수 있는 사료용 풀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애국풀은 김정은의 위 담화 발표 때까지만 해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대신 오리새자주꽃자리풀 등 기존 사료용 풀들의 재배 면적 확대만 제시되었다. 그러나 애국풀은 같은 해 5월과 8월 김정은이 1116호 농장을 방문한 뒤부터 사료용 작물의 대안으로 부각되었다. 이후 북한은 축산 생산량 증대를 위해 애국풀 재배의 전국적 확산을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언론과 학술지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애국풀의 우수성과 재배 방법 등을 전파하고 있다.

 

사실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당의 방침은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 제시된 것이 아니라 김일성 통치 시기인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북한 축산 정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이다. 이뿐 아니라 애국풀이라는 이름의 풀도 1960~70년대에 이미 존재했다.

 

북한의 문헌들을 보면 김일성의 애국풀과 김정은의 애국풀에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 다 일 년에 4회 이상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수확량이 높고, 단백질과 미량원소의 함량이 높으며, 염소뿐 아니라 가금류돼지 등의 사료로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일성이 애국풀 재배 면적을 ‘1만 정보이상으로 늘릴 것을 독려했다는 점도 현재 북한과 닮아 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까지 애국풀 재배 확대를 자주 독려했던 김일성이 1980년대 이후 애국풀을 직접 언급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는 뚝감자성강풀 등 다른 식물들을 좋은 먹이작물의 예로 제시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시기의 애국풀 증산 시도가 김일성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애국풀은 어떻게 될까? 현 시점에서 그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북한 내 비료 생산 및 공급이 원활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북한 문헌에 따르면 애국풀은 정보 당 30t 이상의 유기질 비료와 400~500kg 정도의 질소비료를 시비해야 생산성이 보장되는 다비성 식물이기 때문이다

  • 변학문
  • NK테크 큐레이터